[조한혜정의 편지] '공기, 물, 그리고 땅은 누구의 것인가? 공공재와 시민 배당에 대한 질문'

일단 스무 살 되는 해에 모든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선물을 보내는 아이디어 어때요?

하자센터 센터장 조한혜정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데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말하면 부당한 것 아닌가요? 열심히 공부했는데 지금 와서 시대에 맞지 않는 공부였다고 말하면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부모님과 선생님과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을 지실 건가요?

 

일단 스무 살 되는 해에 모든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선물을 보내는 아이디어 어때요?

 

500만원 정도를 보내주시면 고마운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집을 떠나 여행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마음껏 놀아도 보고, 지구인 친구들도 사귀고 그들이 하는 활동을 같이 하다 보면 세상이 좀 보이려나요?

 

로봇이 많은 일을 대신해줄 수 있다면 더구나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주인이 되어야 하지 않나요? ‘직장, 직장’ 하지 않아도 좋을 텐데요. 정신없이 일하는 것 좋아하는 분들은 하시고, 우리라도 좀 제대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서 로봇을 잘 다루는 주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제대로 된 삶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면 안 될까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공부하라는 잔소리 듣지 않고 그냥 삶을 잘 살아가면 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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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노게센터의 청년들을 만나러 간 하자작업장학교 죽돌들  <더 보기 - 하자-노게 청년교류, 함께 마주하는 세상>

 

 

공기와 물과 토지는 우리 모두가 공유한 재산

 

돈이 많이 들 거라고요?

 

시민 배당 운동을 하는 피터 반스씨는 국민 1명당 투표권이 하나이듯 한 명당 1주씩 시민 배당을 가지면  된다고 하더군요. 공기와 물과 토지는 우리 모두가 공유한 재신이니까 그것을 현금화해서 모두에게 고루 나누어 주면 된다고 했어요.

 

탄소 배출로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이들로부터 탄소세를 더 많이 받아둘 수도 있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몫을 미리 뽑아먹는 이들에게 특별 세금을 매겨야 할 테지요. 그래야 지구를 망치지 않고 사는 것이 어떤 삶인지도 알게 되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늘어날 테니까요.

 

그러니 여행비를 줘보시면 어떨까요? 우리가 한번 실험을 해볼게요. 모두 한꺼번에 안 주셔도 되고요. 준비된 사람부터 시작해도 되요. 정말이지 나는 남는 것이 없는 입시공부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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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건축워크샵을 함께하고, 후지무라 선생님의 비전화공방에 방문한 노게센터와 작업장학교의 청년들

 

 

매일 매일 학교에 가기보다 에너지 자립 공동주택을 짓는 동네 공사장, 텃밭을 가꾸고 요리를 하는 이웃 멋쟁이 아주머니네 집,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퍼트리는 씨앗보관소, 시대에 대해 최고의 학자들이 모인 세미나장, 이런 데 가서 보고 배우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세상의 문제를 풀 방법도 보이고 또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을 텐데요.

 

이 제안, 어째, 좀, 생각해보실래요?” 

조한혜정

역사/구조와 일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대를 탐구해왔다.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과 청(소)년들이 사회의 성원이 되어가는 역사를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승자독식 인류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상에 살아남기를 바라기에 지혜를 모으는 창의적 공유지대를 만들어 새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1999년에 만들어진 '하자' 마을의 가장 오래된 주민이다.